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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04 저는 포크 말고 젓가락으로 들어주세요. (4)

서양과 동양의 차이점을 이야기할 때 흔히 말하는 것 중에 포크와 젓가락이란게 있다.

나이프와 포크를 사용하는 서양 문화는 칼로 고기를 썰고 포크로 음식을 찔러 입으로 넣는 모습에서 공격적인 문화로 비춰진다.
음식을 자르는 나이프와 찌르는 포크에서 흡사 사자나 독수리가 발톱으로 먹이를 찢고 날카로운 이빨로 먹이를 뜯어먹는 모습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우아하게 음식을 집어드는 젓가락 문화는 자연을 이용하기보다 함께 하는 대상으로 비춰졌던 동양 문화에서도 백미라 불릴 만하다.

공격적인 포크문화의 서양과 부드러운 젓가락문화의 동양문화.

나는 젓가락 문화에서 사람을 배려하고 가장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느낀다.

이렇듯 옛부터 우리 문화에는 따뜻한 인본주의 문화가 잘 스며들어 있다.
예를 들어 위험에 처했을 때 한국인이 본능적으로 소리치는 '사람 살려'는 한국인의 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어떤 한국인이 영국 여행중에 인적이 드문 산길을 가다가 도둑을 만났다.
도둑이 칼을 들이대고 물건을 빼앗으려 하자 나그네는 '사람 살려'라고 비명을 질렀다.
이때 영국인 신사가 옆을 지나다가 그 장면을 보고 고민에 빠졌다.
'둘 다 사람인데, 저 한국인 나그네는 도둑이 목에 칼을 대고 있는데도 사람 살리라고 하는 걸 보니 대단히 훌륭한 동양의 성자와 같은 사람이다.
그러나 흉악한 도둑을 살려줄 수는 없으니 어떻게 하나'하고 고민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영국인은 '사람 살려'라고 소리친 사람이 '나'를 살려달라고 하지 않았으니, 거기서 '나(소리친 사람)'를 빼면 사람은 도둑뿐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재미로 꾸며낸 이야기이겠지만, 서양 사람들에게 있어 나, 즉 개인의 자아의식과 한국인의 사람에 대한 인간주의 의식의 차이를 나타내는 이 이야기에서 우리는 한국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영국인이나 프랑스인 같으면, '헬프 미(Help me)', '에데 므와 (Aidezd Moi)'라고 소리친다. '나 좀 도와줘'하는 것이다. 그들의 의식 저변에는 '나'라는 존재가 무엇보다 앞선 중요한 존재인 것이다.
- 한국인 답게 사는 길 -


'너'와 '나'를 분리된 개인적 존재로 인식하지 않고 '우리'를 '나'로 생각했던 그 문화.

그러나 그 옛날 '대지'의 작가인 펄벅을 감동시켰던 자랑스런 우리의 젓가락 문화는 요새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배려하는 문화, 사람을 중시했던 문화는 가고...

윽박지르는 문화.
안되면 될 때까지 하는 문화.
그 누구도 '아니오'라고 하기 힘든 문화.
상처주는 문화.

끓는 물에 살아있는 채로 문어를 조리하는 그 모습에서 나는 포크를 본다.
내가 가능한 시간 대에 답변할 수 있는 이메일을 버려두고 '어서 대답해', '어서 해결해' 울리는 맹렬한 전화 벨소리를 들을 때 나는 포크에 찔린다.
강제로 납기일을 정해놓고 돼지들을 몰아 부치는 닭들을 볼 때 나는 포크를 본다.
업무는 그에 할당된 시간만큼 늘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파킨슨의 법칙을 믿는 사람들을 볼 때 나는 포크를 본다.
인간적인 모욕과 함께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윽박지르는 상사를 볼 때 나는 포크를 본다.
내가 기계를 조종하는 또 다른 기계로 생각될 때 나는 또 포크를 본다.


시골에서 한 농부가 소 두 마리를 데리고 농사일을 하고 있었다. 마침 황희 정승이 그 곳을 지나가다 농부에게 "저 두 소 가운데 어느 소가 더 일을 잘 합니까?"라고 물었다.
이 때 농부는 뜻밖에도 황희 정승에게 다가와서 "검은 색깔의 소가 일을 더 잘합니다."라고 귓속말로 말하는 것이었다. 이상하게 여긴 황희 정승이 "여보시오. 뭘 그런 걸 다 귓속말로 합니까?"하니 농부가 말하기를 "저들 짐승들도 일을 못한다고 하면 듣고 싫어합니다."했더란다. 미물도 저리 대할진대 하물며 사람인바에야...


글쎄, 나는 막 주차된 자동차의 본네트로 올라가는 고양이처럼 따뜻한 곳을 찾아나서고 싶다.
Posted by eritaka